[OCI미술관] 2021 YOUNG CREATIVES 정은별 개인전《여분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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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CImuseum 댓글 0건 조회 4,539회 작성일 21-06-04 16:14작가명 | 정은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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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21-06-17 ~ 2021-07-10 |
휴관일 | 일,월 |
전시장소명 | OCI미술관 |
전시장주소 | 03144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1층 |
관련링크 | http://ocimuseum.org/portfolio-item/%ec%a0%95%ec%9d%80%eb%b3%84-%ec%97… 2028회 연결 |
“와장창-!!”
별안간
날아든 공 하나에 선반이 와르르 주저앉는다.
층층이 놓은 식물들이 엉망으로 뒤엉켜 바닥으로 널브러진다.
싱싱한 식물들이 가지런히 선반에 앉아 자태를 뽐낸다.
야심차게 꾸민 어느 꽃집의 진열대처럼 번듯해, 볼 품 없는 잡초는 낄 자리가 없다.
조금 전만 해도.
중심에 서기도, 주류에 끼기도, 주인공 노릇도 어렵고 무섭고 두렵다. ‘기득권’이란 단어는 너무 낯설다. 주변에 소심한 사람 한둘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나설 용기도 ‘인싸’ 노릇 해 볼 가망도 없지만, 머릿속에선 이미 세상을 몇 번쯤 뒤엎은 조연들이, 걱정 없이 나서 뒤집어 엎는 전시가 열린다. 6월 17일부터 7월 10일까지 종로구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에서 열리는 정은별 작가의 개인전 《여분의 움직임》.
OCI미술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2021 OCI YOUNG CREATIVES 여섯 선정 작가가 오는 6월 중순부터 총 석 달에 걸쳐 차례로 개인전을 개최한다. 그 첫 전시인 정은별의 이번 개인전은 여러 폭이 하나의 전개를 이루는 회화와 설치 작업으로 질서와 기준에 맞서는, 비주류의 ‘안전한(?) 도전기’이다.
당장에라도 꺼질 듯 가물거리는 양초 한 자루를 들고 누군가 산 속을 걷는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은 흰 눈에 뒤덮여 나아갈 길마저 분간할 수 없는 상황. 눈은 그치지 않고 차올라, 발을 헛디딘 사람은 결국 촛불을 놓치고 눈 속에 파묻히고 만다. 이 비극적인 일련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처럼 굳건해 보인다.
약간의 틈새가 문득 눈에 띈다. 각 폭의 아랫부분은 캄캄한 여백으로 비스듬히 틈이 져서, 마치 기대어 세운 병풍이나, 넘기던 책 페이지를 연상케 한다. 장면은 종이 넘기듯 손끝으로 뒤집을 수 있는 일종의 ‘사물’이 된 셈. 암흑 속, 눈밭 속에 뜻밖의 탈출구가 있을지 모른다. 〈촛불이 꺼지면〉 훤하고 빤하던 굳은 현실도 함께 꺼지지 않을까?
선물 받은 꽃다발은 바싹 말려야 오래 보관한다. 그러나 바싹 마른 꽃송이는 화려함 사이로 위태로움이 엿보인다. 그리고 톡 스치는 손끝에 순식간에 바스러져 내린다. ’완결된 조합’으로 늠름했던 그 형태를 완전히 잃고, 마지막 여덟 번째 폭에선 희미한 흔적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더 이상 받들어 모실 꽃다발은 없다. 이제야 나의 꽃을 가꿀 차례가 온 셈이다. 〈아주 우연한 시작〉은 우연을 가장한, 겁 많고 열렬한 시작이다.
전시 제목에서 ‘여분’은 ‘할 거 다 하고 남은 것’, ‘잉여’의 어감이 있다. 삶 곳곳에서 맞닥뜨리는 드높고 두터운 기준과 편견, 장벽. 그것에 늘 가로막히고 억눌려 정원 외 인간이 될 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에 몸을 떠는 많은 이들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전시이다. 이 ‘움직임’은 쭈뼛쭈뼛 소심하다. 부조리의 면전에 소리치고 질서를 홱 뒤집어 엎을 용기는 없다. 그러나 열망은 있다. 그래서 부르르 떨며 혼자 분노하고, 꼼지락꼼지락 시동을 걸다, 최대한 힘 뺀 손끝으로 큰 맘 먹고 슬며시 한 번 찔러 본다. 안중근이나 윤봉길은 못 되지만, 독립운동 채널에 ‘추천’과 ‘즐겨찾기’, ‘좋아요’는 꼬박꼬박 누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색다른 면모로, 같은 기간 전시장 2층에서 개인전을 여는 한재석 작가와의 협업 작업 〈쿵 하면 흔들리는 세계〉를 선보인다.
전시장 메인 로비에 늘어선 한재석 작가의 스피커 작업들. 금속 막대 대신, 정은별 작가의 ‘흔들리는 회화’들이 진동판마다 꽂혀 있다. 전시장 2층 허공에서 드리운 금속 막대와 그 끝이 서로 닿을 때마다, 대롱대롱 매달린 군상들이, 물리적으로 진동하고 소리와 불꽃을 낸다. 형태로 위태로움을 전달하던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줍고도 처절한 몸부림으로, 쿵 소리에 맞춰 좀 더 적극적으로 아우성친다. 정말로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과 목소리를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 단일한 주제 위에 어느 정도의 타협이 필요한 일반적 협업과 달리, 서로의 작업 메커니즘과 주제를 각자의 방향으로 극대화한 부분 또한 주목할만하다.
정은별(EunByul Jung, 1987-)은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 학사 및 석사를 취득했다. 크기와 형식, 연출, 전개 등 회화의 전 방위적 다양화 속에, 작고 약한 생각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2021년 OCI미술관 개인전 《여분의 움직임》에서는 맨 뒤에 서서, 질서와 기준, 권위에 조심스레 도전하는 조연들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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