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나란 읽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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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59 댓글 0건 조회 1,260회 작성일 24-06-12 15:43전시기간 | 2024-06-19 ~ 2024-07-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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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소명 | factory2 |
전시장주소 | 03043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5 |
전시 소개글
팩토리2에서 열리는 《나란 나란 읽는 시대》는 다양한 목소리를 환영하며 개별적으로 읽는 행위와 여럿이 모이는 자리를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 기간동안 팩토리2는 모두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열람실이자 모임 장소가 되어 사람들을 연결하고자 한다.
예술과 문화 분야에서 활동하는 20인이 다양성이라는 주제 아래 관련 책을 한 권씩 선정하였고, 그들이 대여 혹은 기증한 책과 함께 각자의 생각과 이야기를 공유한다. 이들과 나란하게 같은 공간에는 황예지 사진 작가의 연작 <거기에 있는 이들>(2022)이 함께 한다.
아울러, 프로젝트 기간 동안 장애, 어린이, 퀴어, 환대, 질병, 난민 등의 주제를 함께 나누는 열한 번의 모임에 관객을 초대한다. 모임에서의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만들기 등의 행위를 통해 각 개인의 고유한 이야기를 공동의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나란 나란 읽는 시대》 기획의 글
글. 김다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생각을 가다듬는 시간을 오롯이 갖기가 쉽지 않다. 자신과 타인 혹은 사회를 연결하며 공감과 이해를 기반으로 대화하는 경험도 귀하다. 각각의 고유한 차이점이 존중받기란 여전히 어렵다. 일시적인 자극과 과잉의 정보가 차고 넘치며, 변화는 세차게 몰아친다.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가자'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현실은 아직 그곳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자주 남긴다. 각자 너무 바쁘고, 서로 무척 다르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럼에도 《나란 나란 읽는 시대》는 희망을 그리며 제안한다.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를 펼치는 데 시간과 품을 들이자고. 성별, 인종, 종교, 성적 지향, 장애, 연령, 문화적 배경 등 다양한 범주에 놓인 각자가 타인과 사회를 자신 곁에 나란하게 놓아 보자고. 서로 더 많이 말하고, 듣고, 읽고, 이야기하자고. 이 우연하고도 사소한 계기를 통해 공존을 위한 환대와 관용의 태도에 대해 자문해 보자고. 누군가의 생각과 이야기에 기대며 사랑, 행복, 평화, 안전의 감각을 흔들어 깨우자는 권유를 담아서 말이다.
《나란 나란 읽는 시대》는 다양한 목소리를 환영하며 개별적으로 읽는 행위와 여럿이 모이는 자리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책이다. 예술과 문화 분야에서 활동하는 20인이 다양성이라는 대주제 아래 관련 책을 한 권씩 선정했고, 그들이 대여 혹은 기증한 책과 함께 각자의 생각을 공유한다. 그러니 언뜻 봐서는 일종의 ‘팝업 책방’으로 비치기 쉽다.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적당한 큐레이션이 가미된 일시적이고 가벼운 책방으로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대신 아래 나열한 《나란 나란 읽는 시대》의 특징을 살피며 다채로운 시공간으로 경험하길 바란다.
첫 번째, 프로젝트의 겉모습은 책방보다 열람실에 가깝다. 판매와 홍보의 목적 없이, 그저 한 공간에서 책과 책이 우연히 만나고 놓였을 뿐이다. 그리고 공간에 들어오는 사람들 또한 자연스럽게 책과 함께 나란히 공존하게 된다.
두 번째, 책이라는 단어를 ‘생각과 이야기’라는 표현으로 대체했다. 책은 곧 독서를 목적으로 하기에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비하고 버려지는 상품 또는 종이를 재료로 하는 물건으로 인식하려는 무의식을 깊숙한 곳에 붙잡아놓고, 그보다는 그것이 담고 있는 본질과 존재 이유로 방향과 관심을 의식적으로 돌리고자 했다. 책이라는 그릇에 사람이 담은 생각과 말의 알맹이, 가치와 의미의 덩어리를 곱씹고 되새김질해 보자는 취지이다.
세 번째, 책을 선정한 이가 책의 내용과 맺고 있는 관계, 그것의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나름의 해석과 공감하려는 노력, 그리고 그것의 주제나 맥락을 현실로 가져와 각 선정자의 행동과 실천으로 이어지는 모습까지 함께 상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왜 이 ‘생각과 이야기’를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고 싶은지 들여다볼 수 있다.
네 번째, 이 특별한 열람실에서는 프로젝트 기간 중 무려 열한 번의 모임이 열린다. 각 모임에서는 책의 선정 기준이었던 ‘다양성’에 걸맞은 주제나 내용을 다룬다. 그리고 그것에서 파생된 각자의 이야기를 펼치는 과정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만들기 등의 행위를 통해 모임 안에서 공동으로 경험한다. 이로써 신선한 언어, 폭넓은 대화, 새로운 인간관계, 생각의 실천, 공동체 의식이 이들 모임 안에서 저마다 작은 싹을 틔우길 바라는 바다.
다섯 번째, ‘생각과 이야기'와 나란하게 황예지 사진 작가의 연작 <거기에 있는 이들>(2022)이 함께 한다. 그가 바라보고 마주한 근원, 곁들, 투쟁, 애도의 순간들이 1, 2층에 걸쳐 차례로 펼쳐진다. 시간과 함께 흐르는 담담함, 생경함과 따듯함, 지난함과 뜨거움, 초연함의 감정을 따라 감상할 수 있다. 이미지가 불러일으키는 심상을 통해 언어화되지 않는 다양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여섯 번째, 20권의 책 외에도 선정자들이 직접 녹음한 책의 문구를 모은 오디오 파일, 낮은 연령을 비롯한 저마다 다른 접근성을 고려해 선정한 그림책들, 모임의 정보가 실린 안내 텍스트는 이 프로젝트를 다방면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일곱 번째, 다양성을 향한 태도는 그래픽 디자인과 공간 디자인에도 반영했다. 서로 다른 크기의 두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그래픽 디자인은 유나킴씨가, 조명과 책장 두 개의 기능을 합친 책걸이는 건축가 김보람이 작업했다. 그리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이곳의 생각과 당신의 생각이 머무는 의자는 d&department seoul by MMMG에서 제공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는 단순히 다양한 배경을 인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배경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마련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란 나란 읽는 시대》는 이 중요한 시작점을 강조하며, 각 개인의 고유한 이야기가 소중히 여겨지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도이다. 또한 이 여정이 누군가의 일과 삶 안에서도 지속되길 바라며 환대의 태도로 건네는 초대장이다. 다양한 사람이 함께 모여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비로소 또 하나의 빛을 마주할 것이다. 깨어있는 자는 결국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아낼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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